[Vol.12] 우리의 법정, 디케(DIKE)의 법정

[우리학교 최고] 서울 마곡중학교

‘판례로 보는 우리 사회 성매매특별법 합헌 판결’, ‘재판으로 보는 우리 사회 6·10민주항쟁-학원 심야 교습 판결’, ‘재판과 우리 사회- 학생자치법정’… 

어른들이 봐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글들을 읽는 아이들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직접 재판관으로, 검사로, 변호사로, 원고, 피고, 증인까지 역할을 나눠 시나리오를 짜고, 대본을 보며 모의재판을 한다. 서울 마곡중학교 ‘디케(DIKE)의 법정’ 동아리 이야기다.


‘디케의 법정’이라는 동아리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Dike’에서 이름을 가져왔다고 한다. 정의의 여신이 눈을 가린 채로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판결을 내리듯이 학생들이 ‘법정 토론’을 배워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공정한 규범과 원칙을 깨쳐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디케의 법정’은 학교를 신설하고 개교하던 2015년 3월에 상설 동아리를 준비하던 중, 학생들이 교과서 안의 지식과 배움을 뛰어넘어 더 크고 넓은 앎과 배움을 접할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내 곳곳에 모집 공고문을 붙이고 이를 본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작년 한 해 ‘디케의 법정’은 법의 체계에 대한 이해, 헌법 조문 훑어보기, 법정 토론을 다룬 영화 감상 및 토론 등 개괄적인 내용에 대한 학습부터 소설 작품을 각색한 ‘제1회 모의법정’ 준비와 발표까지 진행하며 활동을 마쳤다.


올해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은 1학년 8명, 2학년 1명, 3학년 6명으로 총 15명이다. 이들은 상반기에 작년의 활동에서 한 걸음 나아가 문학작품 속 재판, 영화 속의 재판을 분석하고 교내 토론대회에 참가했다. 또한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을 분석하는 활동을 진행했으며 남은 하반기에는 자치법정과 모의법정을 계획하고 있다.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전종옥 교사는 “아이들이 공정한 사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법과 재판이 왜 필요하며, 그런 미래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 하나하나가 남들이 심어준 생각이 아닌, 올바르고 보편성을 띄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 기준으로 세상을 보고 행동하며 살아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학년 강지민 학생은 “초등학생 때부터 토론에 관심이 많았는데 말을 설득력 있게 하거나 조리있게 하는 편이 아니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동아리에 들어와서 활동하면서 뉴스나 신문기사를 보고 이를 분석한 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됐다”고 말했다.

동아리의 활동 목표를 묻자 전 교사는 “법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 가치관을 확립하고 이를 실천하는 삶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둔다”고 답했다. 또한 “축적한 지식과 경험, 가치관을 바탕으로 가족, 학교, 지역사회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아리 활동의 성과를 교내·외 활동에 접목시켜 학생자치를 더욱 체계화하고 그 영역을 확대시키겠다는 목표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디케(DIKE)의 법정’의 활동은 자신이 직접 재판의 여러 당사자(재판관, 검사, 변호사, 원고, 피고, 증인, 배심원 등)가 되어 다양한 처지의 삶을 간접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문제적 사회 현상을 일상적인 경험에서 얻는 판단 기준만이 아니라 ‘법’의 문제와 결부시켜 바라볼 줄 아는 안목과 태도를 기를 수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해 묻자 3학년 전규담 학생은 “2학년이었던 작년 여름, 교과 페스티벌에서 유괴와 핸드폰 절도에 대한 모의재판 대본을 공부하고 역할을 나눠 발표했던 것”이라며 “옷, 판결봉까지 준비해 재판관 역할을 했는데, 재판의 균형을 맞추고 중재하며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 교사는 “중학생은 누군가에게 시켜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활동을 많이 해야 하는 시기”라며 “아이들이 ‘디케의 법정’ 활동을 통해 세상을 향한 창을 활짝 열어젖히고,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는 무대에 올라가는 경험을 충분히 쌓으며, 선·후배와 또래들이 함께 어울리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경험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