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파주진로체험센터가 개소 1년만에 지역사회 안착한 비결은?

[진로체험 프로그램 돋보기] 파주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


파주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www.edupaju.com, 이하 파주센터)는 개소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에서 이룬 성과는 짧은 시간과 부족한 예산을 무색케 할 만큼 넘고도 남음이 있다. 교육부로부터 상을 받을 정도로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고, 지자체(파주시)와 교육청(파주교육지원청)의 협업 모범사례로도 인정받아 타 지역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파주센터는 짧은 시간에 어떻게 이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파주는 도시와 농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도농 도시이고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상당수 빠져나가 노인 비중이 높습니다.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경우 명문대를 보내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아이가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죠. 이른바 '사교육1번지'라고 불리는 지역과는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그런데 이런 지역적 특성 때문에 자유학기제나 진로체험의 경우 훨씬 더 긍정적인 부분이 있어요. 저희는 그런 부분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파주센터 책임자 공모에 지원해 2015년 8월부터 센터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유희 팀장의 말이다.


"제가 서울교육대학교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서초구 입학정보센터를 5년간 운영했는데, 서초구는 강남 지역의 특성상 센터 프로그램이 진학 중심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어요. 선호 직업이 뚜렷하고 '진로=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진정한 의미의 진로교육을 진행하기에 애로사항이 많았던 거죠. 그런데 파주는 부모님들이 진학보다는 아이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해서 센터의 일에 매우 우호적이고 협조적이세요. 부모님들의 마인드가 긍정적이다 보니까 학교와 센터, 학부모님 간 소통이 적극적으로 잘 됩니다.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운영되기에 오히려 좋은 여건인 거죠."


휴전선 인근에 위치한 지역적 특성상 파주 주민들은 지역색이 강하고 잘 뭉치며 애향심 또한 높다. 각종 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이 체험처 제공에 적극적이라는 귀띔. 현재 파주센터가 꿈길 사이트에 등록한 진로체험 프로그램은 210여 곳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다. 센터가 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역 사회에 협조 요청이 들어가면 매우 적극적인 응답이 온다. 파주센터가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은 비결 중 하나다.


"파주에는 또 다른 장점이 있어요. 헤이리에 출판단지가 조성돼 문화콘텐츠 기반이 우수하고 훌륭합니다. 해이리로 이주해 온 많은 문화콘텐츠 관련 인사분들이 훌륭한 체험처 멘토가 되실 수 있어요. 실제로도 많이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또 LG디스플레이 공장이 있어서 기업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기에도 용이합니다."


파주센터는 이런 지역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되, 지역사회에 스며드는 몇 가지 중요한 전략을 구상했다. 첫째는 센터와 지역 학교 교사들 간 접점을 찾는 일이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1~2회씩 총 7차례 중·고교 진로담당 교사분들과 모임을 가졌다. 진로교사 네트워크가 형성되자 파주센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공감대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교사들은 진로체험처를 미리 체험하며 장·단점을 파악하는 등 학교와 센터를 이어주는 교량 역할을 수행했다.


파주센터는 교사에 이어 학부모와의 접점 찾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년퇴직이나 명예퇴직을 한 시니어 가운데 교육계 인사를 모아 60여명 규모의 학부모지원단을 구성했다. 이들에게 짜임새 있는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높였다. 초기에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수준이 높아져 자체 동아리를 구성, 파주시로부터 행·재정적 지원까지 받고 있다. 이들은 현재 각종 교육현장을 누비며 컨설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파주센터가 교사와 학부모에 이어 전략적 접점을 찾은 곳은 시 소속 공무원들이었다. 파주시청에는 17개의 전문적인 부서가 있고, 이를 진로체험처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행히 파주시 공무원들은 센터의 이런 구상에 적극적으로 호응을 해줬고, 그 결과 3시간짜리 알짜 공무원 체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우수사례로 뽑혀 전국 단위에서 사례 발표를 하는 영광도 누렸다.


"저희 센터는 저를 포함해 직원이 3명밖에 되지 않지만 하는 일은 10명 분량은 될 겁니다. 바쁜 달에는 야근을 80시간을 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어요. 사실 예산은 서울의 센터들이 수억 원에 이르는 거로 아는데 저희는 반의반도 안 됩니다. 직원 수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저희는 다른 지역 센터들과 달리 지자체와 교육청 간 협업이 매우 원활합니다. 이건 정말 큰 장점인 것 같아요. 대개 지자체 목소리나 예산이 강하면 교육이 정치적으로 휘둘릴 위험이 있는데 저희는 다같이 '지원 마인드'여서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파주센터가 또 하나 야심 차게 차별화 한 부분은 진로교육과 인성교육의 결합이다. 파주는 율곡 이이 선생의 본향이고, 신사임당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고장이다.


"1577년 율곡 이이 선생께서 학문을 시작하는 이들을 위해 격몽요결이란 책을 편찬하셨어요. 서문과 10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하나의 훌륭한 인성교육 자료입니다. 여기에 기반을 둬 저희가 8차시 인성교육 강좌를 만들었어요. 이 강좌는 학부모 진로코치 양성과정 참가자 중에서 서류, 면접, 강의시연 등을 거쳐 우수한 분들에게 맡겼어요. '파주 율곡인성 코치단'이 발족한 거죠."


‘파주 율곡인성 코치단 발대식’은 이재홍 파주시장, 홍성기 파주교육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월 개최됐다. 코치단은 자유학기제와 연계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먼저 제공할 예정이다. 성과 평가 등을 통해 향후 어린이, 군인, 학부모, 어르신, 시민 등으로 교육 대상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학생이 바뀌려면 학부모와 학교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교육개혁은 지역사회, 온 마을이 나서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에서 보듯 훌륭한 어머니, 행복한 어머니 밑에서 훌륭한 자녀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인성교육이 진로교육의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요. 파주에서 성공적인 모델과 성과가 나오고 이게 전국적으로 퍼진다면 우리 사회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