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 직업인 만난 아이들 웃음소리가 한가득…진로체험버스

[찾아가는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

일순간 교정 안이 떠들썩해진다. 함성, 잔뜩 흥분한 아이들의 환호 소리에 학교를 찾은 멘토들은 약간은 당혹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지난 8월 25일 경기도 평택시 도곡중학교(교장 이우탁)에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가 찾아들었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는 올해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따라 농산어촌 지역에 있는 1,228개 중학교를 찾아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평택시에 위치한 도곡중은 학부모의 50%가량이 직업군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평택항에 위치한 대규모 공단에서 근무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도곡중 자유학기제 담당자 창의교육과정부 배재익 부장교사는 도곡중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며 "우리 도곡중 아이들은 전부 착하고 순수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행사에는 △메이크업아티스트(조윤정) △래퍼(블리스) △마술사(김종석) △아나운서(정미정) △뮤지컬배우(이동화) △패션디자이너(양진원) △파티쉐(이지영) △웹툰작가(양아름) △승무원(김다은) △작곡가(이로운) 등 총 10개 직업군의 멘토들이 참여해 진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눴다.


틈틈이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웹툰. 웹툰 작가 김다은 씨는 도곡중 아이들에게 직업 소개에 앞서 김 작가가 겪은 진로 선택에서의 방황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엄마에게 미대에 가고 싶다고 말했어요. 엄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미술을 해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반대했죠. 살아가는데 어렵다는 거예요."

어머니의 의견을 따라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선택한 것은 사회복지사.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기에 선택한 직업이었다.

"어릴 적에는 연애경험도 별로 없으면서도 연애상담 담당 마냥, 친구들 상담을 도맡아 했어요. 친구들과 대화하는 게 즐거웠죠. 이 직업을 선택하면 행복할 것이로 생각했죠."

그의 선택은 절반만 맞았다. 타인을 돕는 것에 대한 보람은 느낄 수 있었지만 사실, 김 작가는 '듣는 것'보다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사회복지사는 다른 사람의 문제점을 들어주는 직업이에요. 복지사 공부는 재미있었지만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던 나와는 맞지 않았죠."

긴 고민 끝에, 더 나이를 먹기 전에 하고 싶은 일,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마음을 먹고 직장을 그만 뒀다. 서울로 올라와 독학으로 포토샵을 배우고 아르바이트도 하며 다양한 공연도 관람했다. "서울로 올라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경험을 많이 쌓자는 것이었지요."

웹툰을 그려 인터넷에 올리며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를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 리 없어'라는 자신감에 불타올랐다. 하지만 독자들 반응은 무미건조했다. 생각했던 것만큼 노력한 것이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다. 불면증에 시달렸고, 자신의 미래가 걱정됐다.

"좌절감에 빠져있을 때, 이른 새벽 집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더군요. 근처에 살던 이웃인데 매 그 시간대면 출근하는 사람이었어요.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뭐라도 해봐야겠다. 나도 한 번 더 해봐야겠다는 각오가 섰어요. 나의 특이점을 찾아 차별성을 찾아 본 거죠."

방황으로만 느꼈던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이 웹툰에 녹아들었다. 마침 어떤 사회복지 기관에서 웹툰 작가를 찾고 있었고, 사회복지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김 작가로서는 안성맞춤의 일거리였다.

"뭇 사람들은 직업을 선택하라고들 말하지요. 무슨 직업을 가질 것인지 정하라고 하는데, 여러분들은 이제 열네 살 가량이 됐을 뿐이잖아요. 100세 시대에 여러분에게는 86년의 아주 긴 시간이 남아있어요. 직업을 꼭 하나만 할 필요는 없답니다. 적성과 취미에 맞는 것을 찾으면 돼요."

그러면서 김 작가는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경험이 이후 큰 도움이 됐듯이 여러분의 경험은 앞으로 값진 밑거름이 될 거예요.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한 길도 여러 개입니다. 꼭 한 개의 길로 가지 않아도 돼요. 다만, 꿈꾸는 것을 놓치지 마세요."

웹툰 작가로서 하는 일이나 작업 도구 등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포토샵, 스케치업, 페인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시나리오, 콘티 작업 등 웹툰을 그리는 과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아이들의 궁금증은 웹툰에 대한 흥미만큼 줄지어 이어졌다.

-"웹툰 작가의 연봉은 얼마예요?"
="작가마다 연봉은 천차만별입니다. 신입 고료는 적으면 월 120만 원, 많으면 250만 원 가량 받아요. 거대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작가의 경우, 월 1000만원 이상 받기도 합니다. 수익 자체는 들쑥날쑥하지요."

-"웹툰을 그리는 도구는 어떤 태블릿을 쓰세요?"
="시중에 판매되는 전문 태블릿 브랜드를 사용해요. 제가 사용하는 태블릿 가격은 40만원 안팎입니다."

-"작업 시간은 어느 정도 소요돼요?"
="역시 작가마다 달라요.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하는 작가들도 있어요. '신과 함께'의 주호민 작가의 경우 머릿속으로 콘티만 생각하다가 날을 잡고 하루 만에 작업을 끝낸다고도 합니다. 제 경우는 종일 바짝 작업하는 것 같아요."

웹툰 작가에 대한 설명 이후에는 직접 콘티도 짜고 웹툰도 그려보는 '불 마감 체험'도 이어졌다.

체험 수업에 참여한 강민정 양은 웹툰 작가를 꿈꾸는 아이다. 강 양은 "수업 휴식 시간마다 그림을 그릴 정도로 만화를 좋아한다"며 "직접 웹툰 작가를 만나 궁금했던 점을 물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자유학기제라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학기가 있어서 평소 만나기 힘든 선생님들이 직접 찾아와 강연해주니 유익하다"고도 전했다.



랩퍼 블리스도 중학교 교실을 찾았다.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외래교수이자 '거리의 시인' 소속인 가수 블리스(김남욱)는 실제로 작곡, 편곡할 때 사용하는 기계들을 교실에 가져와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직접 랩을 해보는 체험을 할 거예요. 노래를 잘하는 법, 랩을 잘하는 법을 알려줄 테니, 잘 들어보세요."

블리스는 랩에서 중요한 요소를 설명했다.

"랩을 할 때는 음정, 박자, 발음, 발성, 호흡이 중요합니다. 이 요소들은 가르치면 무조건 가능해요. 가르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닌 요소는 '감정'입니다."

이어 그는 "랩을 할 때 감동을 주라"고 힘 있게 말했다.

"랩 하는 사람을 MC라고들 하지요? Move the crowd의 약자입니다. 공연에서 관중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랩퍼가 아니에요. 저는 학생들에게 입으로 랩하지 말라고 가르쳐요. 랩은 심장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동할 수 없거든요."

랩하는 법을 배운 뒤에는 실제로 랩을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도곡중 남가룡 양(1학년)은 블리스의 지도에 따라 랩을 직접 실습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듯 작은 목소리로 랩을 이어갔지만, 블리스의 거듭된 조언에 따라 점차 목소리도 커지고 제법 그럴듯한 랩이 남 양의 목에서 흘러나왔다.

남가룡 양은 "랩을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한다"며 "혼자서 연습도 하고 있는데, 실제 랩퍼에게 세심한 지도를 받으니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중학교 1학년이라 진로가 분명하지 않지만 다양한 길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년 째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자청하고 있는 가수 블리스는 "내 경우에는 랩을 배울 때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따로 없어 스스로 터득했다"며 "래퍼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이 좋아서 누구나 랩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인데, 재능 있는 친구들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음악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뜻깊은 진로체험시간이 끝나고 멘토들이 학교를 떠날 때, 아쉬운 듯한 아이들의 배웅 소리가 퍼져나갔다. "사랑해요.", "선생님, 너무 좋아요." "사인해 주세요." 아이들이 품고 있을 꿈처럼 생기발랄한 목소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