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1] 가장 큰 교실 국립공원..."녹색직업 체험해요"

[진로체험 프로그램 돋보기]국립공원관리공단


부쩍 가을이 느껴지는 날씨의 도봉산 자락. 등산복을 입고 산으로 향하는 이들이 무심히 지나쳐 가는 등산로 초입에 북한산생태탐방연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6일 이곳에서는 장안중학교 1학년 학생 13명이 ‘동물학자’ 체험에 나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실시하는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멋진 유니폼을 차려입은 자연환경해설사 오미루 씨가 학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씨는 “비록 성적에 반영되는 활동은 아니지만, 우리 친구들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말했다. 먼저 안전수칙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한 후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우리나라에는 국립공원이 모두 몇 개 있을까?” 오 씨가 퀴즈를 내자 여기저기서 대답이 나왔다. 정답은 22개. 그중 북한산은 수도권의 유일한 국립공원이라고 오 씨는 덧붙였다.

 

이어, 국립공원 지킴이인 ‘파크레인저’가 하는 일과 국립공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식물학자와 동물학자뿐 아니라 수의사, 역사학자, 해양학자, 환경학자, 환경교육전문가, 안전관리전문가, 녹색건축가, 정책연구가 등 많은 직업군이 서로 협력하며 국립공원을 지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은 동물학자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스크린에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과 곤충학자 파브르, 나비 박사 석주명의 얼굴 사진이 지나갔다. 동물학자가 되는 데 적합한 적성은 무엇인지, 자신이 그런 적성을 얼마나 가졌는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실제 국립공원에 설치된 무인 센서 카메라에 찍힌 야생동물의 모습과 동물 구조 현장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볼때에는 학생들의 눈이 호기심에 반짝였다. “동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용기와 끈기, 신념이 필요해요.” 오 씨는 동물학자와 관련된 학과, 자격증, 요구되는 능력 등을 설명했다. 



이제 드디어 밖으로 나갈 시간. 동물학자들은 주로 덩치가 큰 동물의 생태를 연구하기 위해 배설물이나 털, 허물, 발자국 등 여러 흔적을 관찰하는데, 학생들이 이를 체험해보는 순서다. 학생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연수원 뒤편의 오솔길로 나섰다. 오 씨가 나눠준 간추린 도감을 참고해가며 동물의 흔적을 찾아 야장에 기록하면 된다. 힌트는 총 9개의 노란색 깃발. 깃발 근처를 잘 살펴보면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학생들은 열심히 도감을 뒤져가며 어떤 동물의 어떤 흔적인지 차례차례 적어나갔다. “와! 다람쥐 지나갔어!” “여기 봐, 쥐며느리 벌레야.” 오랜만에 자연을 만난 아이들은 도봉산 기슭의 공기도 듬뿍 들이마셨다.

 

야외활동을 끝낸 학생들은 강의실로 돌아와 오 씨와 함께 어떤 동물의 흔적이 있었는지 답을 비교해봤다. 마지막으로 오 씨는 우리가 국립공원을 지키기 위해, 자연을 지키기 위해 실천해야 할 사항들을 당부하면서 이날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근은경 교사는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활동이 있어 아이들이 큰 흥미를 느낀 것 같다”면서 “평소보다 적극적이고 열의를 띈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승희(13) 양은 “동물을 좋아해서 이번 동물학자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정윤채(13) 양은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왔는데 진짜 재밌었다”며 웃었다.

 

진로체험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꾸준히 만나고 있는 오씨는 “도시의 학생들이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국립공원에 대해 거의 모르고 오는 경우도 많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국립공원이 하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학생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파크레인저라는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거나 관련 직업에 관해 묻는 학생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 씨와 함께 학생들의 활동을 보조해준 자연환경해설사 남궁보영 씨는 “공단이 올해부터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면서 지난봄부터 이미 많은 학교가 다녀갔고 오는 9~10월에도 예약이 거의 꽉 찬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 2013년부터 북한산생태탐방연수원에서 시범 운영해 온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전국의 국립공원사무소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진로탐색 활동, 동아리, 주제선택 활동, 예술·체육 활동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진로 탐색 활동에서는 동·식물학자뿐 아니라 안전관리전문가, 환경교육전문가, 녹색건축가 등 9개 분야의 직업체험이 가능하다.

 

공단은 또 유치원(숲·바다학교), 초등학생(방과 후 활동), 중학생(자유학기제), 고등학생(주니어레인저), 대학생(청년희망프로젝트) 등 발달 단계별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청년희망프로젝트는 공단 선배와의 만남, 능력 중심(NCS) 채용제도 소개, 레인저 체험 등으로 구성됐다.

 

공단은 학생들이 다양한 녹색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분야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진로체험 교재 및 워크북도 자체적으로 개발·제작했다. 아울러 국립공원에 찾아오기 어려운 섬 지역 학교에는 ‘찾아가는 국립공원 진로체험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공단은 지난해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을, 2014년에는 자유학기제 유공기관으로 교육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이용민 국립공원관리공단 탐방복지처장은 “국립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교실”이라며 “앞으로 20~30년 동안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국립공원에서도 학생들이 녹색직업을 체험하고 자신의 적성을 찾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의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는 해설서비스부(02-3279-2983)에서 받으며 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에서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