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9] 돼지껍데기 봉합 실습에 프로게이머와의 만남…꿈 키우는 아이들

[찾아가는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

"수의사가 치료 못하는 동물이 무엇일까요?"

파주시는 우리나라에서 최북단에 있는 행정소재지다. 파주시에 위치한 탄현중학교(교장 서영순)는 전교 학급 수 12개에 347명의 학생이 등교하고 있다. 농업, 축산업, 상업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 슬하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그만큼 다채로운 직업에 대해 흥미도 높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 '찾아가는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가 이번에는 지난 3월 30일 경기도 파주 탄현중학교를 찾았다. 학생 수요 조사 결과를 반영해 △가수(량하) △팝아티스트(오케이투어 전속디자인 김세연) △수의사(박성형 서서울동물병원 원장) △프로게이머(이윤열 선수) △메이크업아티스트(송지수 특수분장사) 등이 아이들의 멘토 역할을 맡았다.





박성형 서서울동물병원 원장은 영상자료와 실습자료를 성심껏 준비해 아이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수의사가 치료 못하는 동물이 무엇인지 박 원장이 질문하자 몇몇 아이들이 '사람'이라고 답했다.

"수의사는 사람 외의 모든 동물을 치료할 수 있어요. 소, 돼지, 닭, 말, 어패류 등 모든 동물을 치료하지요. 공항에서 수출입 되는 동물이나 축산물을 검역하는 수의직 공무원도 있습니다. 동물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검사도 수의사의 몫이지요."

수의사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더불어 수의사가 되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대학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내에는 총 10개의 수의과 대학이 있으며 건국대를 제외하고 전부 국립대입니다. 예과 2년, 본과 4년 과정 후 수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수의사가 될 수 있어요."





박 원장은 실제로 봉합을 할 수 있는 실습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사람의 피부와 가장 흡사하다는 돼지껍데기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봉합을 해보도록 진행했다. 봉합 전에는 수의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실제로 시청한다는 자세한 봉합 과정이 나와 있는 실습영상을 틀어줬다.

"봉합하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안쪽에서 감아서 반대쪽으로 감아주면 되지요."

실습시간에 아이들이 떠들썩하게 웃으며 바늘을 움직였다.

 

"잘 안 들어가요." "어떻게 묶으면 돼요?"

박 원장은 조마다 돌아가며 하나하나 아이들에게 봉합하는 법을 다시 알려주고 실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청진기로 짝꿍의 심박수를 측정해 보기도 했다. 박 원장은 "생쥐와 코끼리의 평생 심박수는 사실 같다"며 "생쥐는 분당 400회, 코끼리는 분당 30회 정도의 평균 심박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빨리 뛰는 동물들이 수명도 짧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명이 평균 100년~150년, 최장 200살까지도 살 수 있는 갈라파고스 거북은 분당 6회 심장이 뛴다고 합니다. 화를 내면 심장이 빨리 뛰겠지요. 그러니 항상 웃으면서 지내면 좋겠어요. 뭘 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즐기며 하세요."

수의사 체험 수업에 참여한 정은상 군(1학년)은 "피를 보는 것을 싫어했는데 이번 수업으로 수의사에 흥미가 생겼다"며 "무섭고 위험할 수 있는 맹수를 특히 치료해 보고 싶다"고 도전정신을 드러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아이들의 우상, 이윤열 선수도 탄현중 아이들과 직접 만나 자신이 걸어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선수는 KPGA TOUR, KTF BIgi 프리미어리그, 신한은행 스타리그 우승 등 찬란한 수상경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 선수도 중학교 2학년까지는 '운동선수'를 꿈꿨다. 이후 심한 천식으로 운동선수의 꿈을 접고 프로게이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의 나이 17살 때의 일이다.

"제가 데뷔 무대에 올랐을 때도,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어요. 프로게이머라고 하면 학업에 열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견이 있잖아요.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학업을 하면서 하는 게 옳죠. 실제로 스타크래프트2 게이머 중에서는 서울대, 카이스트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학업을 그만두고 프로게이머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반대해요. 최소한 고등학교는 나와야 합니다. 매일 게임만 한다고 실력이 늘지는 않거든요."

이 선수는 무대체질이었다. 대회에 나가는 것이 너무 좋았다. 누군가 자신의 경기를 본다는 사실에 스릴감을 느끼고 의욕이 솟았다. 하지만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살다 보니 늘 좋은 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었지요.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큰 충격에 몇 년 동안 슬럼프에 빠졌어요. 프로게이머 성적은 바닥을 기었고, 재기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죠."

고진감래라고 해야 할까, 이 선수는 결국 슬럼프를 극복하고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을 국내 최초로 통산 3회 차지해 골든마우스의 주인공이 됐다.

"세상에 존재하는 직업들은 진짜 많아요. 여러분들이 지금 하는 공부가 그 기초가 될 거예요. 동기부여를 하면서 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진솔한 이 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은 크게 감명 받은 눈치였다. 프로게이머, 게임디자이너 등 게임 쪽 직업을 꿈꾸고 있는 김다혜 양(1학년)은 "프로게이머의 길이 이렇게 힘든 길인지는 몰랐다"면서도 "재미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양은 "롤 플레이닝 게임(RPG)이나 아프리카TV 게임 방송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게임 분야에 대한 꿈을 나타냈다.





서영순 탄현중 교장은 "이번 진로체험버스 수업 내용에 학부모들이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며 "아이들의 흥미에 맞게 구체적으로 실습 프로그램을 꾸며줘서 고맙다"고 멘토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편, 교육부는 올해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따라 농산어촌 지역에 있는 1228개 중학교에 진로체험버스를 보내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