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혁신적인 진로체험활동은 자유학기제 성공의 열쇠

[칼럼]

 

2013년부터 시범실시 되어온 자유학기제가 2016년 하반기에는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 공히 실시되게 된다. 자유학기제는 도입 초기에 실현가능성의 문제 등 여러 가지 논란이 없지는 않았으나, 대부분의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대한 공감도는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의 시험압박으로부터 자유와 여유를 주자는 ‘공간’ 변화인 동시에 성적이나 입시준비가 아니라 자신의 적성, 꿈, 자신의 삶과 일, 미래에 대하여 탐색하도록 삶과 일과 학습이 연계된 교육패러다임의 혁신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새로운 시도를 통하여 청소년들이 변화하는 세상에 대하여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가는 연습을 해 봄으로써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런 의미를 갖는 자유학기제 정책의 성공은 아이들에게 어떤 유의미한 경험을 하게 할 것인가, 그리하여 그 경험이 자신의 미래설계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인가에 달려 있다. 교과서나 책을 통한 박제된 지식의 학습이 아니라 실제 삶과 직업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기회에 대하여 스스로 생각해 보고 경험해 볼 수 있을 때, 자유학기제가 기대하는 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진로체험학습은 자유학기제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적으로 자유학기제의 전면실시에 있어 진로체험학습은 학교현장이나 일터현장에서 두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2백~3백개의 시범학교 학생들이 아니라 전국의 3천여개의 학교, 50여만명의 1학년 혹은 2학년 학생들이 진로체험활동을 한다고 할 때, 어디를 어떻게 가야할 지 걱정이 아니될 수 없다. 특히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 동안에 시험보지 않는 학생들이 어디에 가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 것인지 학교나 교육당국이나 지역사회에게 큰 고민거리가 된다.


우리사회를 짊어지고 갈 미래세대의 교육을 위해서 지역사회, 산업체, 다양한 일터현장 등 그야말로 사회전체가 현장을 열고 학생들의 진로체험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원론적인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장 물건을 생산해 내거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현실의 일터에서 많은 학생들에게 진로체험을 시키기에는 너무 힘든 여건이며, 이런 상황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로 겪는 애로사항이다. 


자유학기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 이 지점에서 다시 냉철하게 자유학기제의 교육적인 의미를 곱씹어 보아야 한다. 자유학기제의 대상이 무엇을 결정하는 시기가 아니라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해야 하는 중학교 1, 2학년 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드시 실제 현장에서 체험을 하는 것만이 효과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현실 여건상 많은 직업들 가운데 학생들은 특정 직업이나 일터 몇 개를 탐방하게 되거나 체험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소수의 집중적인 탐색은 아직 성장단계에 있는 아이들에게 편향된 직업에 대한 시각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개발해 가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가능하면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고 관찰해 보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진로현장체험은 다양하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수준에서 제공되어야 한다. 교육당국은 여러 수준과 층위, 방법으로 구성된 진로현장체험학습기회의 지도(map)를 만들어 제공하여야 한다. 아울러 진로체험을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지난 2013년부터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진로멘터링은 진로체험의 장이나 다양한 직업인을 만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게 해주는 좋은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직업에 대하여 접할 기회가 적은 농산어촌 학생들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드론제작자, 캘리그래퍼등 여러 분야의 직업인 멘토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해 봄으로써 학생들의 관심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진로체험은 반드시 직업에 대해 국한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학,문화, 예술 영역의 체험활동과 진로탐색을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자유학기제는 우리 교육이 우리 자녀들의 학습, 일, 삶이 통합하도록,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가 잘 연결되도록 하는 한국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자유학기제 역시 시간이 필요한 정책이다. 한국사회의 미래를 담보하는 청소년의 교육에 대하여 학교, 사회, 일터 모두가 관심을 갖고 긴 호흡을 갖고 지원하여야 한다. 

 

 


 ■ 진미석 선임연구위원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위스콘신대 '교육과 일 연구소'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하며 일자리와 진로교육에 관해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199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설립될 때 초창기 멤버로 합류했으며, 일자리 및 진로교육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농산어촌 아이들에게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을 펼치는 등 자유학기제와 진로교육의 접점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