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 '함께, 그러나 다르게' 자유학기제의 묘미

[칼럼] 김대유 경기대 교육대학원 교수


자유학기제와 가치교육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펼치고 있는 발도르프 학교의 기본이념은 ‘인간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과 ‘인간에 대한 바른 이해’다. 교육은 언제나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어야 한다. 발도르프는 학생의 기질을 크게 4가지로 분류했다.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사람, 슬픔을 잘 느끼는 사람, 느린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발도르프 교육은 아이들의 그런 기질과 환경, 신체조건 등을 보면서 어떻게 이를 온전하게 보완해 줄까를 고민했다.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스스로 발견하고 만들 수 있는 교육적 목표를 세운 것이다.
 
발도르프 교육의 가치는 한마디로 고조선의 교육가치인 홍익인간과 유사하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환경에서 발로도프 교육을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차분한 인내심이 필요한 내신점수 따기에 실패할 것이고, 슬픔을 잘 느끼는 아이는 리더가 되기 어려우며, 느린 아이는 왕따가 되기 쉽고, 화를 잘 내는 아이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몰릴 지도 모른다.


한국의 학교에서 생존하려면 우등생이 되든지, 주먹이 세든지, 영어를 잘 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존재한다. 아이는 어떤 존재인가? 아이가 성장한다는 것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유지하며 변화를 받아들이는 상태를 의미한다. 어른이 보기에 완벽하지 않고 모자란 상태인 것이다. 청소년기는 감성이 풍부하고 호기심이 많은 시기이다.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슬픔과 사랑이 극대화되고 반면에 결단은 느릴 수 있다. 말하자면 청소년기는 슬퍼하고 느리고 화내고 호기심이 많은 때이다. 자유학기제의 취지에 청소년만큼 적합한 연령대는 없다. 자유학기제를 맞이한 대한민국 학교가 자유학기제의 가치를 제대로 세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유학기제의 가치는 어떠해야 할까? 경쟁위주의 점수따기 서열화 등 낡은 체제를 유지한 채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면 효과는 반감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과정과 선도규정에 느리고 슬퍼하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의 감성을 담아야 한다. 프로그램 속에 화를 잘 내는 아이가 기뻐할 수 있는 내용을 체계화 해야 한다. 교육의 가치를 '자유와 선택, 느림'의 색채로 바꿔야 한다.

 

자유와 선택의 자유학기제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1학년 1학기 과정에서 2학년 1학기 중 한 학기를 택하여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전국의 학교에서 시행될 자유학기제를 위해 선생님들은 이미 2월부터 학교운영계획서를 짜기 시작했고, 30개 학급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학교당 2000만원이 지급된 자유학기제 예산을 편성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우려스러운 부분은 일부 학교의 경우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스포츠 클럽과 동아리 활동을 보완하는 형태로 구성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의 여러 사정으로 기존의 수업 형태를 약간 손질해 보완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유학기제의 인력, 예산, 가치체계 등이 교육과정으로 제도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교사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사실 자유학기제의 핵심은 인력에 있다. 동아리 활동과 탐구학습을 개발하고 지원하며 행정을 전담해 줄 전담인력의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학생을 인솔해야 할 교사가 행정과 예산, 프로그램 개발까지 짊어지게 되면 지칠 수밖에 없다. 자유학기제 전담 행정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전쟁으로 치면 병참 없이 전쟁에 임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유학기제를 성공시켜야 한다면 다음과 같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자유학기제의 가치를 선택과 느림에 두자. 교사와 학생이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탄력있게 운영하고, 프로그램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그 과정을 진실하게 평가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만들자.
 
둘째, 교사에게 자유를 주자. 한 학기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의 평가를 형성평가나 설문조사 방식으로 적용하게 하자. 교사와 학생 모두가 형식적인 보고서 만들기에 골몰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느림의 가치를 권장하자. 소수의 프로그램으로 한 학기 전체를 느리게 소모해도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자유학기제 평가에 있어 보고서 등 과도한 요구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학사들이 학교현장에 가서 그 과정을 스케치하고 교사와 학생을 찾아서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평가하고 장학하는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자유학기제의 성패는 학교에 달려 있다. 선택과 느림을 수용하고 천천히 모두가 함께, 그러나 다르게 나아갈 수 있는 발걸음을 보장할 때 비로소 자유학기제는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학기제의 성공 비결은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사 및 관계자들의 인내심과 느림 속에 숨겨져 있다고 본다. 그 분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묵묵히 격려하고 기다려 주자.

 

▶김대유 교수는…

 

교육학박사로서 현재 경기대 교육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가르치고 있고, 경기대 인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 전문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위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위원, UN아동권리협약 옴부즈 위원,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동료효과'(2014, 시간여행)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